“서태하를 꼬셔요. 시작과 동시에 20억을 주죠.” 어리석은 결정의 시작은 고작 이 한마디였다. 서태하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냐는. 아무것도 아닌 그 말 하나에 말도 안 되는 복수의 불씨를 키웠다. 아버지가 남긴 20억의 빚, 우리 호텔을 빼앗아 간 것에 대한 원망. 가을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수의 아들, 서태하라는 남자를 망가뜨리기 위해 제 모든 걸 걸기로 했다. “나랑 연애합시다. 기간은 1년. 결혼은 그 이후에 생각해 보는 걸로 하죠.” 차남이라는 이유로 서원그룹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에 단단히 화가 난 서태하 역시 윤가을이라는 여자를 이용해 제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데. 겁도 없이 제 발로 호텔 방에 걸어 들어온 여자가 도발을 해 온다. “저희, 계약서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계약서라……. 내가 뭘 원할 줄 알고?” 가을의 질문에 남자의 욕망 가득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이왕 쓰는 거라면 절대 깨지지 않을 계약서를 쓰죠. 지울 수도, 없앨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거.” “……그게 뭔데요?” “몸에 새긴 각인. 그건 절대 잊는 법이 없거든.” 그때부터였다. 남자의 차가운 눈동자 위로 달뜬 열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