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물었다. "얼마나 남았나요? 제게 주어진 시간이요." "…세 달 남짓 입니다. 그래도 가능성이 다분하니 수술을 하시는 편이…." 나는 그 가능성이라는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가능성은 언제나 사람을 붙잡는다. 모두들 그 말에 절망하기도, 혹은 희망을 가지기도 한다. 뭐가 됐든 좋으니 부디 살게 해달라는 그런 희망 말이다. 다만, 그 작은 가능성을 허울 좋게 포장한 희망이 내겐 그저 말뿐인 위로일 뿐이었다. "됐습니다. 이제는 뭐랄까… 제가 지쳤거든요." 그렇게 난 그동안의 인연들을 정리하고 떠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