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결이 말한다. 눈으로만. "나, 너랑 친구하는 거 싫은 지 오래됐는데... 어떡하지? 자꾸 너 욕심나는데..." 나경도 말한다. 속으로만. "나, 친구라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지? 더 욕심내면... 안 되는 거지?" 15년차 배우이자 톱스타인 '구남결'과 5년차 드라마 작가인 노나경은 동갑내기 절친이다. 3년 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톰과 제리를 능가하는 환장의 케미를 자랑하며 순식간에 찐친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사실 나경은 처음부터 남결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3년이 흐른 지금, 나경이 자신의 마음을 꽁꽁 봉인한 것과는 달리 나경을 대하는 남결의 태도와 마음은 이따금 친구의 선을 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두 사람 모두 친구라는 이름의 방패 뒤에 숨으려고만 하는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가슴 속 깊은 곳에 꽁꽁 품어두었던 의문이 남결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휘청인 탓에 맥주캔이 바닥에 떨어져 굴렀고 그와 동시에 남결이 전광석화처럼 뛰어와 그녀의 허리를 감아올렸다. 남결의 팔에 쏙 안긴 셈이 되자 나경의 얼굴은 순식간에 화악 달아올랐다. ― 아, 술을 마셔두길 정말 잘했다. ”괜찮아?“ 놀란 남결의 눈이 평소보다 두 배는 커졌다. 나경의 눈에도 그의 짙은 다갈색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는 게 또렷이 보였다. ― 왜? 기대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 꾸욱 삼키는 두 번째 질문이었다. 친구라면서, 너는 왜 이렇게 나에게 늘 잘해주는 걸까. 왜 이렇게 다정하기 짝이 없는 걸까. 어쩌자고 매번 이렇게 설레게 만드는 걸까, 너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