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함께 한 남자친구와의 난잡한 이별 이후 서진의 삶은 망가진 시계 같았다. 끊임없는 고통의 연쇄 속에서 피폐한 삶을 겨우 연명할 뿐이었다. 하지만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 법. 서진에겐 두 명의 남자가 얽힌다. “죽지 마, 보상받는 날은 반드시 와. 살다 보면 반드시.” 목숨을 내다 버릴 때마다 자신을 살리는 남자, “밀어내도 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피폐해진 자신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남자. 각기 다른 속내를 감추고 얽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이들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만 간다.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삶을 사는 민혁, 사랑을 믿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서진, 죄책감이란 낭떠러지에 걸쳐 있는 기명. 그들의 고통을 상쇄하기 위한 셈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리고, 사랑까지 요구되는 근사치는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