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네 브렌디아를 얻으면, 대륙에서 가장 기름진 영토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지옥의 시작점이었다. 대륙의 곡창고라 불리는 브렌디아에 들이닥친 끔찍한 전염병, 한순간에 모든 가족을 잃고 공작위에 오르게 된 다프네 브렌디아. 그녀는 모두가 탐내는 신부감이었다. “내가 왜 당신을 탐했는 줄 아나?” 수 없이 날아온 청혼서 중, 다프네가 선택한 건 아바리스의 왕, 카메론이었다. “드넓은 영지?어여쁜 그 미모? 다른 놈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그따위 시시한 것들 때문만은 아니야.” “...허면 무엇 때문입니까.” “그냥, 자네의 그 고고한 목이 거슬렸거든.” 이제는 황제가 된 카메론은 조국도, 자존감도, 아이마저도 잃은 다프네에게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 “…뭐지?” “초야를 치르러 왔네만.” 무감한 얼굴의 다프네는 편한 복장으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볼드란은 근처에 개어져 있는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당연히 방에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해서 맨몸으로 나온 참이었다. 물기 한두 방울이 쩍쩍 갈라진 근육을 타고 내려왔다. “필요 없으니, 당신 방에 가서 자.” 회귀 후, 생존과 복수를 위해 모두가 혐오하는 야만인의 왕, 볼드란을 선택한 다프네는 그렇게 남편과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방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