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사랑 같은 거라도 바라?” 차가운 말과 함께 커다란 손이 이나의 연한 입술을 힘주어 눌렀다. 한때는 사랑했으나, 저를 배신한 남자.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네가 아무리 도망쳐도……. 나는 개새끼처럼 잡으러 올 거란 뜻이야, 윤이나.” 그리고 이젠,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강주혁의 아내. 여린 숨통을 틀어쥔 저 남자의 비틀린 감정을 모르지 않았다. 저를 옭아매는 그릇된 욕망까지도. 다만 이나는 기꺼이 그에게 제 목을 내주었다. 지독한 집착에도 기꺼이, 그에게 미소를 흘렸다. 그 대단한 자존심이 구겨지는 꼴을 볼 수만 있다면. 한껏 희롱하는 저 오만한 입술이 치욕스럽게 일그러질 수만 있다면. “당신이 말했었죠. 원하는 게 생기면 이렇게 매달려 보라고.” 이나의 손끝이 불순하게 그의 목을 타고 올랐다. 아마 주혁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말해. 이렇게까지 해서 나한테 원하는 게 뭔지.” “……당신 몸. 그걸 원해요.” 그녀의 배 속에 그들의 아이가 자리 잡는 날이 오면. “사모님, 임신입니다.” 그의 곁을 떠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