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멀도록 아름다운 저택, 녹색 금고의 엘리노어 카일. 그윈 가의 미치광이 수집가는 아비 아들 구분 없이 그녀에게 보석을 쏟아붓듯 바쳐댄다지! 다니엘 그윈은 그런 내가 있는 저택의 주인이 되어 대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가 사랑한다는 나를 위해, 제 아비를 죽이면서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죠. 당신은 정원에 있던 나를 볼 때마저 아름다웠는데.” 그렇게 저택으로 들어온 다정한 연인, 그가 속삭이는 끝없는 밀담. 그렇지만 눈 감고 지나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사랑으로 가득한 날들. 허락받지 못하는 외출, 언제까지나 완벽하고 아름답게 이 저택에 머물라는 종용. 아름답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저택 밖에 있더라도 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는 나날. “난 엘리노어에게 사랑을 증명했어요. ……엘리노어는 날 사랑해요? 완벽하며 아름답다는 수집가, 그는 내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금처럼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타박한다. 그로 인해 내 세계가 사랑으로 무너졌음에도,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 사랑이라 말하면서도 사랑을 의심한다. “……저를 사랑하세요?” “그럼요, 엘리노어. 늘 말하잖아요. 누가 나만큼 엘리노어를 사랑하겠어요?” “…….” “그렇죠, 엘리노어?” “……맞아요.” 나 또한 여전히 모르겠다. 녹색 금고의 주인은 내가 아름답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해 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