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성국공(成國公) 연회(燕淮)의 세력이 하늘을 찌르는 시절, 사씨 가문은 성국공에게 죄를 짓고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는 중이었다. 사주녕의 남편 임원치는 비굴하게라도 목숨을 부지하려는 사람이었고, 사씨 가문의 딸을 처로 들인 일로 덩달아 눈 밖에 날까 봐 몹시 두려워했다. 임원치는 사주녕이 우연히 풍한에 걸린 것을 기회 삼아 약에 독을 타서 그녀를 죽이려 했다. 모든 것을 청산하기 위해. 하지만 사주녕은 자신의 아들의 앞날을 완벽하게 마련해 주어야 했다. 그 전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녀가 질긴 목숨을 부지하자, 임원치는 ‘당신이 죽어야 잠가아가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걸 어찌 모르냐!’고 다그쳤다. 독으로 죽이지 못했으니 화병으로라도 죽이겠다는 듯이. “추워요. 안아줘요.” 사주녕의 말에 임원치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이해할 수 없고 짜증이 치밀었지만, 그래도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주었다. 온설라가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는 걸 보고 의아해져서 사주녕을 떼어놓으려는데 갑자기 심장에 통증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 피 묻은 비녀가 보였다. 그 비녀는 사주녕의 혼수였다. 원제 : 闺宁 번역 : 박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