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나르 님, 우리에겐 시간이 없어요. 물론 갈 곳도 없답니다. 하지만 시그나르 님이라면 어떻게든 살아 나가실 것입니다. 망국을 이끌어버린 쓸모없는 저 따위는 놔두셔도 됩니다.” 시그나르가 피식 웃었다. 여전히 이 공녀는 자신의 몸이 아첼란트 공국의 멸망을 상징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대를 남겨두면, 저자들이 무엇을 할 것 같은가? 그대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이나 해 봤어?” “죄인에게 벌은 당연한 것이랍니다.” “무죄인 이가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하는 것만큼 불쌍한 것도 없지. 나는 그대를 보고 깨달았어.” 시그나르가 뤼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망국을 이끌 운명을 지닌 걷지 못하는 공녀, 그녀를 지킬 용의 기사여. darkthr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