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흑...아버지...” 마차 전복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고라 그런지...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는데,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마부는 나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로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일 수가 없다는 것!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싶었지만...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서 나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길 떠나고 싶다.’ 사람들의 진심인지 가식인지 모를 위로와 동정 어린 눈빛에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결국... “우리 마을에 온 걸 환영해요, 난 이 마을의 이장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데뷔탕트를 치러야 하는 날, 처분할 만한 걸 모두 처분한 다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평민 마을로 향했고, “전 시온이라고 합니다, 나이는...17살이고요.” “잘 지내 보자, 슈리아.” 그곳에서 나와 같은 나이의 남자아이를 만났다. 당연히 평민일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속여서 미안해, 사실 나는...라벤디르 제국의 황자야." 대단히 높은 신분의 사람이었다. “...괜찮습니다, 전하. 충분히 이해해요.” 아무리 함께 보낸 시간이 길다 해도, 황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거리감이 확 느껴져서 그에게 예의를 차렸더니... “전하 말고...시온.” “얼마든지 날 이용해도 좋아, 그러니까 제발 거리 두지 말아줘. 너마저 그러니까 나...진짜 숨 쉬는 게 너무 힘들어.” 그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고, 목소리에선 간절함이 묻어 나왔다. ‘하...어쩌지.’ 단호하게 거절할 수도 없고, 들어주기엔 너무...큰 부탁인데. ...잠깐, 얼마든지 이용해도 된다고? 황자 전하가 내 편이 되어준다면...아버지의 억울함을 풀 수도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슈리아는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아니,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