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으로부터 온 의뢰를 받은 피놀리는 로젠하워스 가문의 문을 두드렸다. 의뢰 내용은 간단했다. 방안에 틀어박힌 가문의 아가씨, 소피아 로젠하워스를 다독여 방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그리고 다시는 방에 틀어박히지 않게 하는 것. 로젠하워스는 현 시대에 몇 남지 않는 대귀족의 지위를 가진 가문이었다. 낡아빠진 전통과 역사 그리고 그 문제점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피놀리는 그런 점에 어째선지 동했다. 그렇기에 의뢰를 받기로 결정했다. 로젠하워스는 에렌베르의 상업가에서 좀 떨어진 숲속에 저택을 두고 있다 한다. 개인 사유지인 그 숲을 보면 로젠하워스가 얼마나 큰 위세를 지녔는지 알 만했다. 하지만 영광은 늘 과거의 것. 기억 저편에 있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 고리타분하고 고쳐지지 않는 것들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전쟁으로 가문의 원래 주인이 죽고, 그 딸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남은 이는 너무 어렸고, 어른들은 소녀를 이용할 패로만 보고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저분한 그들이 내세운 서자가 새로운 주인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특별할 일도 아니다만... 그녀의 관심을 끈 건 다름 아닌 의뢰서에 새겨진 의뢰주의 사인. 서자인 그의 이름이 날인되어 있었다. 그 하나가 피놀리의 흥미를 끌었다. 세간의 소문에 따르면 그는 서자이자 탕아에, 가문의 눈밖으로 나려고 애쓴 인물이었다. 그런 자가 가문 어른들의 인도에 따라 로젠하워스로 돌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피놀리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