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가 대공비의 자리를 원한다는군.” 세 번째 결혼기념일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이혼을 바라신다는 거군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순식간에 목이 메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남편을 바라봤다. “성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으니, 당분간만 대공비의 자리를 성녀에게 내어주면 좋겠어, 부인.”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과 그와 같은 여상한 어조로, 남편이 나를 버렸다. *** 이혼 후 친정인 벨루아린 자작 영지로 돌아오는 길에 마차 사고를 당한 나는, 그 사고로 인해 임신했다는 사실과 함께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리 한쪽을 절게 되어버렸다는 것도. 절망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잠시, 어찌 된 영문인지 성녀의 정화 능력이 내게도 발현되기 시작하면서 성녀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성녀가 마차 사고를 내어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과, 그 이유가 내 전남편이 합방하지 않아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어서라는 것을. 나는 고작 그런 이유로 내 아이를 죽게 만든 성녀와 전남편을 원망했다. 제 안위를 위해 나를 버린 전남편과 전남편을 얻으려 내 아이를 죽게 한 성녀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되었을 때, 성녀가 나를 찾아왔다. “아르네아 영애. 누구라도 좋으니 하루빨리 재혼을 해주세요.” 뻔뻔하고 이기적인 성녀가 내게 재혼을 요구했다. #권력남의순정 #권선징악 #후회남 #소유욕/집착 #상처녀 #걸크러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