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였다. 그것도 마이너 CP(Coupling)만 골라잡는 최악의 오타쿠. 19금 피폐물 로판 소설에서 주연도 뭣도 아닌 2황자와 희생만 하다가 비참하게 죽는 기사단장. 그 둘을 엮은 CP가 최애 CP였을 정도로 극악의 마이너 성향의 오타쿠였단 말이다. 되고 싶은 건 소설 속의 벽! 보고 싶은 건 주연 남녀의 피 튀기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주변 남정네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소설 속의 운명 같은 사랑-, 이 아닌 운명 같은 사랑을 하는 두 게이 구경하기! 그게 내 소원이었다. 말 못하는 벽이 되어 내 최애 커플링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 그게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었다. 근데-. "-아."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진짜?" 소원처럼 소설에 빙의했다. 최애 커플링이, 최애가 있는 소설 속으로.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건 진짜 아니잖아…." 내가 빙의한 매개체가 식물이나 벽 따위가 아닌-. "아아악-!" 멀쩡하게 살아있는, 심지어 또렷한 자아를 갖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는 점일까. "-인생, 진짜." 좌충우돌! 외길 씨피러의 중세 소설 속 생존 일기! "공자님, 이 책을 아십니까? 요즘 수도에서 유행 중인 책이라 하던데." "-그." "2황자 전하와 제 1기사단장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이랍니다." 온갖 마법과 검술이 난무하는 판타지 세계 속에서! "안다." "예?" "안다고. 무슨 책인지." "아! 역시-, 공자님도 알고 계셨군요? 하긴, 이 책이 워낙에 유명해야지 말입니다." 난데없이 생겨버린 신분제 사회 속에서! "…썼다." "네?" "내가, 썼다고, 그 책." "-예?" "책 저자가 나라고!" BL 소설이 신성 모독으로 취급되는 중세 시대 속에서! "……예?" 씨피질이 유일한 낙이었던 23세 게이, 최윤은. "진, 짜요?" 최애 커플링의 사랑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작가 메일 : cortkdaksu09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