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닮아서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세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얼굴은 똑같았지만, 분위기는 세정과 전혀 달랐다. “왼쪽 팔에 덴 흉터가 있습니까?” “네?” “왼쪽 팔에 흉터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해무의 단호한 어조에 설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팔에 덴 흉터만 있다면 틀림없이 세정이가 맞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발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왼쪽 팔 좀 보여 주시면 안 될까요?” “뭐라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는 꼭 확인하고 싶어서요.” 설희는 조금은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초면에 이런 부탁은 실례 아닌가요?” “만약 흉터가 없다면 이번 협약은 RK가 원하시는 대로 전부 해 드릴 겁니다. 약속합니다.” 해무는 분명 세정이 맞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 심장 박동이 심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때 설희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 저희가 원하는 대로 해 주신다는 말인가요?” “네, 뭐든지요.” 설희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해무는 주먹을 꽉 쥐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해무의 예상과는 다르게 왼쪽 팔에…… 흉터는 없었다! 너무나 깨끗한 피부였다. “보세요, 흉터는 전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