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그 반반한 몸뚱어리라든가.” *** “필요한 게 있으면 더 절박하게 굴라는 말입니다.” 남자가 그녀 앞에 상체를 숙여 빤히 두 눈을 맞추었다. “그렇게 꼿꼿하게 마주 보고 앉아 결혼 소릴 뱉을 게 아니라, 내 바지춤이라도 붙들면서 매달려야 설득력이 있지. 안 그래요, 양연서 씨?” 동요하는 연한 동공을 비릿하게 핥듯 마주 보며 속삭였다. 그제야 연서는 비로소 남자가 운운한 사용 가치의 뜻이 완벽히 인지되었다. “이제 좀 알겠나 보네.” 저속한 말들을 입에 담으면서도 남자의 눈에선 일말의 욕정조차 비치질 않았다. 말만 그리했을 뿐 애초에 응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듯이. “결론 났으면 그만 가 봐요.” 남자가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무심히 턱짓했다. 연서는 떨리는 입술을 꾹 문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재의 입에 선명한 조소가 맺힌다. “배웅은 따로 안 합니다. 앞으로 두 번 다신 보지 맙….” 막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물려던 손이 우뚝 멈추었다. 비참한 얼굴로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갈 거라 생각했던 여자가 불현듯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자의 파들거리는 손이 불쑥 그에게로 뻗어 왔다. 이건 또 뭐. “야.” 기어이 한계를 시험하는 여자의 태도에 우재의 입에서 날것의 호칭이 튀어 나갔다. “증명하라면서요, 쓸모.” “뭐?” “하려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연서는 제게 내리 닿는 눈을 피할 생각도 않은 채 고집스레 그에게로 손을 가져다 댔다. “하, 별 신박한 프로포즈를 다 받아 보네.” 기막히다는 듯 웃은 우재의 미간이 도로 날카롭게 좁혀졌다. 그러니까 이게 기어이, 저랑 이딴 식으로 놀자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