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내가 소설 속 데드엔딩을 맞을 악녀… 의 쌍둥이로 환생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우리 가족은 흑막에 의해 몰살당할 예정이었다. 나는 파국을 맞기 전에 서둘러 흑막을 감방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흑막도 처리했겠다, 이제 우리 가족에게 남은 건 해피엔딩일 줄 알았는데…! "금방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했지?" 한 달이 지난 지금. 탈옥한 흑막이 내 방 창가에 유유히 걸터앉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대로 죽게 될 줄 알았건만, 헤르온은 의외로 내게 제안을 건넸다. "영애, 나와 한가지 거래하지 않았어?" "거래라면 어떤……." "반년간 나의 연인이 되어줘." *** 살기 위해 그의 계약 연인이 된 지 벌써 반년. 내일이면 나와 헤르온의 관계도 끝이었다. "내일로 약속한 기한도 끝이네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헤르온." "…끝?" 헤르온의 눈동자가 심상치 않게 가라앉았다. 일순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 싶던 그때, 그가 여상히 눈웃음지었다. "그래, 연인으로선 오늘이 마지막이긴 하지. 나도 고마웠어." 아까 그건 내가 잘못 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어 보이려던 찰나였다. "내일부터는 연인이 아닌 부부로 보도록 할까?" 헤르온이 내게 혼인신고서를 내밀었다. 표지 일러스트: 낙디 타이틀 디자인: 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