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키스하기로 했잖아요. 진한 걸로.” 질끈 묶은 머리와 새하얀 목덜미 위로 달라붙은 젖은 머리카락. 한계치까지 내어준 듯 세차게 오르내리던 가슴과 헐떡거리던 숨소리까지…. 7년 전, 그 여자가 생각날 때면 항상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우연히 그녀가 운동하는 것을 본 그날부터. 보면 안 되는 것을 몰래 본 것처럼 입 안에 갈증이 일었다. 선배와 연인 사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에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신기루처럼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제 감정을 알게 됐다. “진짜가 아니었던 적 없어요. 나는.” 처음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다음엔 제 이름만 알아줬으면 싶었다. 깊숙한 곳에 있던 욕망은 한계를 모른 채 무섭게 몸집을 불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