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널 내 딸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차가운 북부의 주인이자, ‘클라디우스 대공가’의 주인인 ‘내’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 내 아버지가 아니다. 나는 헤스터가 아니니까. 그러니 슬퍼할 필요도 없다. 불쌍한 헤스터. *** 내가 헤스터에 대해 아는 건 얼마 없다. 클라디우스의 세 번째 후계자 후보라는 것. 클라디우스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 그리고…… 클라디우스의 손에 죽는다는 것. 헤스터의 몸에 빙의하고 필사적으로 대공을 피해 다녔지만, 나는 결국 그의 세 번째 후계자 후보가 되었다.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건 헤스터지, 내가 아니다. 나는 그저 이 지독한 가난에서 살아남아 어떻게든 버틸 생각이었다. “……전하.” 그러나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 나도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저를 왜 데려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