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그다. 13년 전의 그로 돌아왔다. “아직도 그때의 마음이…… 그대로야?” 방금 전까지 편하게 웃고 있던 그의 얼굴이 이젠 온전히 굳었다. 알고 있다. 그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답을 찾고 있겠지. 왠지 조금 서글퍼졌다. 이진과 그녀가 이종 관계라는 건 그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한번 뱉은 말이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엎을 사람도 아니었다. “내 손 잡을래? 난 솔직히 박이진이 내 사촌이든 뭐든 상관없어. 하지만 넌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우리 도망가자. 도망가서 돌아오지 말자.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욕 다 먹을게. 그냥 내가…….” “파혼할 거야. 이진이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갖지 못하는 널 바라보면서 어린애처럼 칭얼대는 모습 보여 주기 싫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척하며 살 수는 없어. 그렇다고 네게 돌아갈 수도 없어.” 알고 있다. 그가 돌아올 수 없다고 말한 이유쯤은. 그냥 손만 뻗어 주면 잡을 자신이 있다. 어디든 따라갈 자신이 있다. 욕을 들어도, 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져도 좋다. 그는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 유일하게 욕심을 낸 사람이었다. 그의 성격상 파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결심을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 서러운 사랑은 최홍 하나뿐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