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어때?” 가슴에 새긴 사랑이 혜원에게 남긴 건 배신과 상처뿐이었다. 지긋지긋한 사랑을 지우고 허울 좋은 약혼을 끝내기 위해 그녀는 우연히 만나게 된 동창, 진우에게 손을 내민다. 그런데 친구 같은 남자가 되어 달라는 혜원의 제안과 달리 진우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또 무척 뜨겁고 아찔했다. “그 남자와 헤어지고 싶은 마음 변하지 않았지?” “응.” 혜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진우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유혹하듯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살짝 벌어진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의 가슴에서 피어오른 열망 어린 감각은 이 순간 더욱 커가고 있었다. “혜원아, 너를 보면 달콤한 향기가 나. 입술은 물론이고 온몸에서 거부할 수 없는 냄새가 흘러.” “…….” “사랑 따위 지우려면, 네가 당한 만큼 갚아주려면 친구 같은 남자로는 안 될 거 같아.” “그러면?” “침대를 함께 쓰고, 밤을 보내는 남자 같은 친구가 돼야지.” 미풍에 휘날리는 남성적인 체취와 아찔한 제안에 혜원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저녁 하늘에 자리 잡은 별 무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가 부서지고, 이성은 하얗게 타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