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도 꿇을 거예요?” “그것까지 하면 다른 것도 하고 싶을 거 같은데.” 반지를 끼워 주는 손길이 손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스치는 감각에 어깨가 움찔거렸다. “도장 대신이야.” 시선을 내리뜬 채 손등에 한 번, 손바닥에 한 번. 보랏빛 핏줄이 지나는 손목 안쪽에 길게 입술을 눌렀다. 체취를 들이마시듯 코끝을 뭉개자, 야릇한 숨결이 여린 살을 스친다. 깊은 물길보다 어둑한, 짙은 이채가 어린 시선으로 겨누어 보던 눈이 감기고. 입술을 내려 세게 빨아 당긴 찰나, 시간이 멈춘 듯 아득했다. 그저 손목에다 하는 진한 입맞춤에 맥박이 빨라지고 온몸은 저릿했다. “읏!” 여린 신음성에 드디어 입술을 떼어 낸 태오가 붉은 자국이 선명한 손목을 엄지로 지분대며 일렀다. “...내가 또 이러면 도망가.” “......?” “그땐 뺨을 쳐도 널 못 놓을 거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