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베데르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포화 속에 가족을 잃은 대학생 마리암. 그녀는 주치의의 권유로 산 위에 있는 요양 호텔에 입소한다. 호텔에서 보낸 첫날밤, 1409호 테라스에서 시한부인 43호 남자 캐시언을 만나게 된다. “저기요. 여긴 제 방인데요.” “……어이가 없군. 나야말로 똑같은 말을 돌려주고 싶은데. 여긴 내 방이야.” 다음 날, 제 방에서 눈을 뜬 마리암은 캐시언이 과거의 사람임을 알게 되고. 호텔 곳곳에서 그를 마주치는데……. “1409호. 너, 안 죽었네?” “죽을 것 같은 건 당신인데요……?” “종종 이래. 그리고 죽어 가고 있는 것도 맞지. 기흉이거든.” 만남이 이어지는 동안 죽을 날을 기다리며 살던 캐시언에게 그녀는, 자신의 시간에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다는 집착과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된다. “내게 넌 아직도 지독히도 현실감이 없는 존재야.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까,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 어떻게 해야 떠나지 못하도록, 여기에 잡아 놓을 수 있는지도 도통 모르겠고.” 자신을 딱하게 여기는 그녀의 착한 마음과 연민을 자극해 매달려서라도. “난 이제 완전히 네 거란 거야, 마리.” 죽음을 목전에 둔 캐시언은 마리암으로 인해 자꾸만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