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아리엘. 내 힘을 되찾아 주면, 어떤 소원이든 이뤄 줄게!]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평화의 신, 아르모니아의 성녀로 강제 취업 당했다. 남은 신도는 단 한 명. 마지막 신도, 마지막 남은 신전. 시간과 계절이 멈춰 버린 저주받은 땅. 신에게 버림받은 가문. 제국의 ‘블레어 공작가’를 위기에서 구하고, 힘을 되찾아 제국의 멸망을 막아야 한단다. '때려칠까.' 라고 수천 번 외치면서도, 이미 계약한 걸 어쩌겠는가. …우선 북부부터 구해 보자. * * * “아리엘.” 허스키한 저음이 평소와 같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장갑 너머로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 안겨진 품에서 느껴지는 격한 심장의 박동. “처음으로 생긴 욕심입니다.” 카시엘 베리타스 블레어, 아르모니아의 마지막 신도이자. 벼랑 끝에 내몰렸던 북부 공작가의 가주. “제 시간이 다하는 날까지, 당신의 곁을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을 요하는 사내의 입술, 같은 박동으로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은. 이미 그를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