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남편이 죽었다. 난 그제야 비로소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를 그리며 죽어 가던 그때, 점멸해 가는 불빛 속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괜찮아, 에비. 이제 다 괜찮아.” 그가 정말로 왔다. 내가 기억하는 그 아름답고 환한 모습으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그리고, 신의 장난처럼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 제국의 황태자, 루시안이 날 호위 기사로 임명하던 바로 그날이었다. 이번에는 그를 죽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전하의 호위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비수처럼 심장을 찔렀다. “그만해.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이야.” 이제 날 사랑하던 과거의 루시안은 없다. 그의 마음을 외면했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