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사헌 씨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이왕이면 채사헌 씨처럼 혈통 좋은 아이로.” 빙판 위의 백조. 대한민국의 피겨 여왕. 아름다운 수식어에 무색하게 연은세는 채사헌에게 그저 임신을 원하는 우아한 하극상이었다. 그런 주제에 반듯한 자태가 거슬려서. 듣기 좋은 음성으로 조잘거리는 입술이 어룽거려서. 마른하늘에 뚝 떨어진 딸, 채지아를 찾으러 간 러시아에서 보낸 하룻밤이 잊히지 않아서. “은퇴를 원하고, 아이를 원하는 마음. 여전합니까?” “당신은 이미 결혼했잖아요.” “이혼했습니다.” 사헌은 하지도 않은 ‘결혼’과 ‘이혼’이란 단어로 견고해야 할 자신의 삶에 은세를 초청한다. “적당히 지냅시다. 대외적으로는 다정한 부부. 집에서는 파트너.” 하나 사헌은 은세와 함께할수록 욕망보다 더 큰 감정이 움트는 걸 느낀다. 외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순간, 생각하게 된다. 우아한 하극상은 과연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