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사람을 사랑할 순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을 좋아할 순 없잖아요. 보이는 거, 만져지는 거, 그런 것들이 전부라는 걸 배웠어요. 마음에 있는 건 그저 생각일 뿐이에요. 상처 받고, 상처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그러는 게 사랑은 아니잖아요. 그랬다. 어떤 의미에서든 모든 것은 ‘선택’이었다. 다만 소극적인 선택을 인정하는 대신, ‘숙명’이니 ‘체념’이니 하는 방패를 내세운 것뿐이었다. 어느 한 사람의 자욱한 슬픔과 눈물을 대가로 하면서까지. 이제는 그가 대가를 치를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