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인인 척해 줄래요? 후원하던 여자랑 붙어먹는 재벌 2세…… 그림 좋잖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장례식장 앞에서 울고 있는데 한 남자를 만났다. 죽은 친구의 형이자 그녀의 오랜 후원자였던 로빈(Robin). 하지만 구원처럼 손을 내밀었던 남자는 개XX였다. “남자가 분위기 있는 호텔에서 밥 사고 디저트 먹여 주면 딱 이런 코스 아닌가?” 그녀의 몸을 제멋대로 탐하고, 마음은 진창이 나도록 헤집는다. “솔직히 말해 봐요. 나랑 연애하고 싶다고 하면 해 줄게.” “자꾸…… 귀엽네.” 아무리 풋사랑이라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그러나 이를 알면서도 그녀의 눈에 박힌 별은 꿈과 희망을 덧그리길 멈출 수 없었고. “이런 건 생각 못했어요? 나랑 같이 살면서.” 비로소 나락으로 떨어진 지금, 어딘가로 멀리 달아나고 싶어졌다. * * * “지은아…….” 다시금 하염없이 이름만 부른 강우가 여자의 마른 손을 붙잡았다. 먹먹한 목소리가 긁듯이 흘러나왔다. “제발, 나…… 숨 좀 쉬게 해 줘.” 기도하듯 은이의 두 손을 붙잡고 이마에 붙인 남자가 두꺼운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젖은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나 숨 좀 쉬자. 응?” 점점 더 깊은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 개미지옥에 발을 담근 줄도 모르고 몸통이 다 잡아먹히고 나서야 깨닫는다. 너를 좋아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