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야, 빚은 갚고 도망쳤어야지.” 그는 더 이상 첫사랑이던 소년도, 추억 속 다정한 남자도 아니었다. “애를 낳아. 그거면 빚도 청산하고, 구질구질한 네 인생도 빛 보게 해줄 테니까.” “부부도 아닌데 애를 어떻게 낳아? 오빠는 그런 상식도 없어?” “네가 상식을 들먹일 처지는 되고?” 악랄한 경고를 서슴없이 내뱉는 건달이자 채권자일 뿐. 그런 장태주에게 아이마저 뺏길 수는 없어서 도망쳤다. “예뻐해 줬더니, 뭔 짓을 해도 될 것 같고 그렇지?” 실패한 도망의 끝은 완벽한 속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