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지켜야지, 무려 평생을 건 서약인데.” 얼굴도 못 본 남자와 결혼식장에서 처음 만나 결혼한 지 3년. 같은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면서도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참견해 오는 시댁. 장인의 장례식조차 찾아오지 않는 남편. 사랑 따위 이제 더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조차 하지 않는 사람과는 더 살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 날 떠나려는 게 정말 이 자리가 버거워서야? 다른 남자가 생긴 건 아니고?” 급기야 이연의 부정(不貞)을 의심하기까지. 참을 만큼 참았다. 어차피 사랑도, 신뢰도 그 무엇도 없는 이 관계. 더 이상 미련 따위 없었다. 일말의 연민조차 남지 않은 이연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려던 그때. “이혼은 안 돼. 내 사전엔 이혼이란 없어.” 이 결혼에 누구보다 미련이 없을 줄 알았던 그 남자가, 이연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