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끝을 지키는 방패, 최후의 요새, 제국의 수문장(守門將). 그 모든 것들이 북부의 지오힐데 공작가를 지칭하던 이명(異名)이었다. "진격하라-!" 적군이 제국의 수도로 진격하지 못하도록, 군사들은 제 목숨을 불살라 용맹히 검을 들었다. 지오힐데의 수장, 하일론 지오힐데 역시도. 이 모든 것이 정해진 수순, 잘 짜인 함정인 줄도 모르고. * * * 아르포네는 하일론과 지오힐데를 배신했다. 귓가에 속삭이던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영애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내 말을 잘 따라주세요.” 그녀가 가장 사랑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황태자를 위해. 지오힐데로 가게 되었더라도 금방 돌아올 수 있으리라던 연인의 말을 믿고서. 그러나 아르포네는 허무하게도 황태자에게 배신당했고, “그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첫 만남부터 나는 그대를 사랑했으니까.” 그녀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이는 하일론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다짐했다. “어떻게든 우리 다시 만나요.” 다시 만나는 날에는, 그때는 자신이 온 마음을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하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