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였던데.”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시은의 치부를 입 밖으로 꺼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저를 싫어하셨던 건가요?” “다른 사람의 행복은 빼앗아 놓고, 넌 행복하길 원해?” 지금 이 상황을 예상 못 하진 않았다. 백화점의 주인이라면 일개 미화 사원의 서류쯤은 얼마든지 볼 수 있었을 테니. 그러나 겨우 얻은 일자리가 간절했다. “…저를 자르실 건가요?” 구석으로 몰린 시은이 힘겹게 태성의 눈을 마주했다. 그의 짙은 눈동자가 분노로 더 검게 물들었다. “내가 왜 널 증오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와. 한 달 안에 찾으면 네가 원하는 거 뭐든 다 들어주지.” * * *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그를 위해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순순히 널 놔줄 거라 생각했나?” “…….” “어디 한번 발버둥 쳐 봐. 내가 받은 고통만큼 너도 돌려받을 때까지 난 놔줄 생각 없으니까.” 그가 비릿한 웃음을 띠며 시은의 얼굴에 묻은 눈물 자국을 닦아 내었다. “바짝 엎드려 기는 일. 그게 앞으로 설시은 당신이 나한테 해야 할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