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 보니 세상이 멸망했다. 땅은 무너졌고, 하늘은 잿빛이며, 괴생명체까지 돌아다닌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헤어진 전 남자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이건 예약 문자야. 내가 예전에 쓰던 방에서 엽서를 찾은 후 거기에 적힌 글자를 답장으로 적어 줘. 사랑해, 율아.] 일단 형 말대로 집에 찾아가 봤더니, 기다렸다는 듯 형의 친구까지 마주쳤다. 권로엘. 전 남자 친구가 유일하게 믿을 만하다고 얘기한 사람. 믿을 만하지만, 별개로 여러모로 수상한 사람. “형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아무래도 이 멸망에 대해, 나만 몰랐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