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최대한 빨리 올릴 예정입니다.” 남자와는 딱 세 번의 만남이 있었다. 첫 번째는 우연히, 두 번째는 상견례 자리에서, 그리고 세 번째는, 그와 결혼식을 올리며. 권태주. 이름 세 글자만 겨우 아는 남자였다. 연희는 눈을 질끈 감고 튀어나오려는 진실을 꿀꺽 삼켰다. 눈앞의 남자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눈 뜨고 걸어 들어가는 지옥 길보다는, 지옥일지 천국일지 모르는 이 남자의 옆이 낫겠지 싶어서. 그래서 결혼식을 올린 날, 그에게 이혼을 전제로 한 결혼생활을 요구했다. 그가 어떤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르고. * 첫 만남 때부터 이상했던 남자. 집에는 오지도 않고, 내킬 때나 찾아오겠다며 방치하던 남자. 그래, 분명 꼴도 보기 싫은데.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걸리적거린다. 스치듯 저를 만질 때의 뜨거운 손길이나, 바라보는 눈길 때문일까. 아니면 가끔 애절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기 때문일까. 냉한 얼굴에서 간혹 느껴지는 애틋함이라니. 모순적인 감정의 충돌 속 의구심은 크기를 키우고, 그에 대한 의심은 곧 호기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