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고귀한 공녀, 에실라 레이슨. 천박한 피의 황태자, 에드워드 롬브르크. 10년을 바쳐 그를 사랑했으나 돌아온 것은 냉대와 무관심뿐이었기에 에실라는 결국 파혼을 요청했다. 그가 원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걸까? * 때론 저 푸른 눈동자 속 불꽃이 저를 향한 사랑이라 착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니다. 그저 값나가는 여자를 얻은 우월감에 불과하리라. “전하, 이제 그만하세요. 저를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원한 적 없으셨잖아요. 지금 이 행동. 그저 욕심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는…….”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지는 걸 느끼며 에실라는 단숨에 뱉었다. “이제 더 이상 전하를 원하지 않습니다.” * “당신. 죽어도, 파혼 못 해.” “뭐…….” ……라고? 순간 에실라는 가슴에 간절히 품고 있던 끈 하나가 뚝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오늘 일로 깨달았어. 난 당신을 죽어도 못 놔.” 에드워드는 불꽃 같은 두 눈동자로 에실라를 바라보며 말을 끝맺었다. “나한테서 떠나려면…….” “…….” “차라리 죽어.” 그리고 에실라는 깨달았다. 아. 도망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