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아, 함부로 들이치지 말아줄래? 강주시 능금면 상사리에 하나뿐인 ‘명 한의원’. 삐거덕거리는 낡은 새시와 수리도 불가한 간섭파 치료기, 누렇게 변색된 수기 진료기록부가 남아있는 곳. 10년 만에 돌아온 희래는 이곳에서 다시 봄을 맞이한다. “희래야. 오랜만이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10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 주헌. 더 이상 짧은 머리에 교복을 입은 소년이 아님에도 미소만큼은 그대로인 모습에 부아가 콱 치민다. “이야기 좀 하자, 이희래.” “너랑 할 이야기 없어.” “어떡하지. 나는 있는데.” 도망치듯 자리를 피해도 보고,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봄바람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해보지만. 봄에 마구 들이치는 봄바람처럼. 여름에 퍼부어진 우박처럼. 가을에 몰아친 태풍처럼. 겨울에 내린 폭설처럼. 자연재해와 같이 부닥친 첫사랑과의 재회. 봄바람은 막고, 우박은 치우고, 태풍은 피하고, 폭설은 쓸어낸다지만. 너도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