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거짓말쟁이, 감히 어딜 도망가? 그럼 내가 못 찾을 줄 알고?” 나의 의뢰인. 세상 꼭대기에 머무는 아름답고 오만한 그 남자가 소년의 모습을 한 나에게로 다가왔다. “저에게는 비밀이 있어요. 더는 다가오지 마세요.” 세상 밑바닥 진흙탕을 구른 내가 뒷걸음을 치면 칠수록 그와의 간극은 좁아 든다. 아무리 멀어지려 해도, 그는 더욱 가까이 내게로 다가온다. “나에게서 도망쳤으면 잘 살아야지! 이 꼴이 뭐야?” 어딜 가도 늘 그가 있었다. 멀어지기 위해 바다를 건너도, 벼랑 끝에 서도. 그는 어느새 나타나 나를 잡아 주었다. “······죄송해요. 아무리 그래도 전 당신에게 갈 수 없어요.” “사과나 듣자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그는 나의 두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날 궁지로 몰았다. “너 머리 좋잖아? 다 알아듣고 있지?” “······.” “그냥 네가 여자든, 남자든, 외계인이든 이젠 상관없어졌어. 그 진창에서 널 꺼내 준다고.” “······.” “현신, 잘 들어. 그리고 기억해. 이만큼 난 너에게 미쳐 있어.” 목숨을 건 요원 생활도, 보살펴야 할 나의 책임도. 다 놓고 싶은 그 순간.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이미 네게 인생을 걸었으니까. 그냥··· 내게로 와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