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께 알려라, 내가 왔다고.” 황녀는 죽으라고 보낸 전쟁터에서 전쟁영웅이 돼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건 유배지 같은 작위였다. 예상했던지라 실망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다만 갈 땐 가더라도. “망국의 왕자를 제게 주십시오.”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것을 챙겨가야 했다. “혹 압니까? 그가 폐하께서 7년 동안 바라왔던 제 죽음을 가져다줄지.” * * * “춥고 아무것도 없는 북부에서 나를 즐겁게 해 주는 게 네 역할이지.” 주인과 전리품. 또는 대공과 정부. “낮에도 시중들고, 밤에도 시중들고. 뭐 그리 어려울 건 없는 일이야.” 분명 로잘린과 시온느의 관계는 그렇게 정립되어 있었다. 한순간에 그녀가 28살에서 21살이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나를 이리 쉽게 내칩니까, 로잘린.” 그가 가증스러운 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