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청해도 될까요?” 낯선 목소리. 그러나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저는 파티 플래너예요. 손님들과 춤추는 건 제 역할이 아닌데요.” 다연은 긴장한 채 부드럽게 거절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만큼 눈에 띄는 사람이 없는데요.” 그의 말에 다연은 당황했다. 파티 내내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그가 왜 자신을 주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기다리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다연은 망설였지만, 그의 강렬한 눈빛과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손을 잡고 말았다. 무도회장에서의 춤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두 사람은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다연을 부드럽게 이끌었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가면무도회에서는 이름을 묻지 않는 게 매너라고 들었습니다.” 다연은 웃으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하지 않는 태도가 어딘가 신경 쓰였다. 춤이 계속되면서, 다연은 점점 그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의 향기, 걸음걸이, 심지어 말투까지 어디선가 경험했던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저를 의심할 겁니까?” 그가 물었다. “의심은 아니고… 당신이 너무 익숙해서요.” 그는 멈칫하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제가 당신에게 더 낯설어지도록 노력해야겠군요.” 비밀의 순간 춤이 끝날 무렵, 그는 다연을 무도회장의 어두운 모퉁이로 이끌었다. “당신은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연은 그의 말에 당황했다. “여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니, 무슨 뜻이죠?” “당신은 저 사람들처럼 가식적인 사람이 아니니까요. 당신은 진짜예요.” 다연은 그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지만, 동시에 불쾌함도 느꼈다. “당신이 저를 얼마나 안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죠?” 그는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게 당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곧 알게 되겠죠.”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다연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