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상간녀로 낙인찍혀 회사에서 쫓겨난 유진. 소문 때문에 재취직할 곳도 막막해져 점점 삶의 희망을 잃어 가던 순간 날아든 구원의 손길.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그의 이름은 주진영. 대한민국 초대형 기업 파이지의 후계자. “이지톡의 팀장을 맡아 주십시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유진은 덥석 그 손을 잡아 버리고 말았다. 구원이라고 여겼던 그 손이 그녀를 어떤 지옥으로 내몰지도 모르고. *** 종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 “술집 말고 집으로 갈까 하는데, 어떠신가요?” “네?” “오늘 같은 날은 어디든 사람이 많잖아요. 아는 사람을 마주칠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좀 부담스럽지 않나 싶어서…… 괜히 유진 씨랑 저랑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안 되잖아요.” 한없이 다정한 것 같다가도. “한 번만 더 날 거부하면, 내 손으로 내 상처를 더 깊이, 더 길게 찢어 버릴 거야.” “싫어? 싫어도 참아.” 한순간에 권위적인 모습으로 돌변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런 혼란쯤이야, 그가 유진을 구원해 준 것을 생각하면 작은 흠조차 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이지톡 사장 된 주진영, 로스코 그룹과 정략결혼 확정] 그에게도 정혼자가 있었다. “재벌들의 결혼 준비는 원래 다 이런 식이지. 정혼자 역시 나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고. 안 그래도 양가 부모님을 설득 중이니 안심해. 너 말고 다른 여자와 결혼할 일은 없으니까.” 헤어질 거라고,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말하며 관계를 이어 나가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지 않겠어? 내가 완전히 당신의 것이 될 때까지.” 진영과의 관계가 이어질수록, 유진은 점점 더 망가져 갔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고, 고통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