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시동생이랑은 못 붙어먹겠어요?” 도윤의 묵직한 저음에 수아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시동생이라니. 그의 형과는 결혼조차 한 적이 없는데. 그 단어 하나로, 그동안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었던 그들의 애매한 관계가 한순간에 배덕하게 뒤틀렸다. 닿기만 해도 서늘한 그 눈빛 끝에 심장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도, 도윤 씨.” 수아의 음성이 덜덜 떨려 나왔다. “그렇게 부르면 꼴리는데.” 한껏 낮아진 남자의 음성에 한숨이 섞였다. 도윤의 입술 선이 느리게 벌어졌다. “형수님이, 먼저 시작했잖아.” 다시 시작된 그 호칭에 수아가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 * * “우리도 저런 아기를 가지면 어떨 것 같아요?” “유수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서늘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도윤의 눈동자엔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아기는 없어. 그러니까 행여라도 실수할 생각 하지도 마.” “실수요?” “이런 식으로 나랑 미래를 얘기하는 거 불편해.” 그의 말에 심장이 어지럽게 뛰었다. “담백한 계약이었고, 난 계약 사항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왜 이상한 짓을 해.” 너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