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는 1ml도 없는 고구마 소설에 빙의해버렸다. 전여친만 찾는 남주의 새로운 연인으로. 처음에는 참을 수 있다 생각했다. 데이트에서 전여친을 떠올리는 것도, 전 여친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아련한 얼굴을 하는 것도, 심지어 제정신이면 할 수 없는 말을 할 때도. “델핀, 너 정말 잔인하구나. 샤를리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러다 결국 전여친과 비교당하는 것에 지쳐 헤어졌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건 공작가 자제였던 이 새끼와 헤어지면서 집에서 쫓겨날 판이라는 것이었다. 미쳤냐? 전여친무새에게 빌게? 이딴 집안 나도 필요 없다고! 그렇게 집을 나와 들어가게 된 프레데릭 남작가 서재 관리인 자리. 그런데 웬걸? 이 집 주인도 좋아하는 사람이 샤를리에란다. 거기에 아직까지 샤를리에를 잊지 못해 골골거리기까지 하는. 어라? 머릿속에서 반짝! 전구가 켜졌다. “프레데릭. 내가 샤를리에와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 “어떻게?” “샤를리에의 취향부터 좋아하는 장소, 선물, 행동. 설렘 포인트까지 내가 다 알고 있어.” “대가는?” “한 건당 1000루크. 시간 외 근무니까 월급도 올려주면 좋겠어.”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프레데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ㄱ, 아니 고객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화사하게 웃었다. 연애는 무슨. 돈이나 벌자! …그때까지는 미처 몰랐지. ‘한 달이라는 시간 안에 이 싸가지를 살릴 수 있을까?’ 원작 속 프레데릭이 죽을 운명에 처해 있었단 것도. “델핀. 오늘 밤 내가 필요하다면 말해요.” 도망친 노예 출신이지만 실력만으로 선장 자리에 오른 한 남자, 티아고. 그와 내가 지독하게 얽히게 되리란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