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애를 낳아서 뭐 하게.” “아무리 계약이라도 사람 일은 혹시 모르잖아요.” “이봐요, 임 대리. 내가 너랑 검은 머리 파뿌리 되게 살자고 결혼하는 게 아니야.” 여자에게 결혼은 낭떠러지에서 죽지 않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보루였고, 남자에게 결혼은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모든 걸 빼앗고 학대까지 한 작은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은 해수. 여자의 복수에 기꺼이 동참하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진혁. 부부 행세도 하고 자연스럽게 몸도 섞었다. 그들은 꽤 그럴듯한 부부였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아이, 싫어하나 봐요?” “아이? 싫어. 아버지가 된다는 건 끔찍하거든.” 계약이 끝났다고 여긴 해수에게는 이 결혼이 무효했다. 반면, 이 결혼을 끝낼 생각이 추호도 없는 진혁에게는 여전히 유효한 결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