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 상대의 비서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한순간의 일탈로 아라는 인생 최고의 황홀함을 맛보지만, 주어진 삶을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끝내 서로를 외면한다. “정략결혼을 앞둔 여자의 처녀파티 정도라고 해두죠.” 다 거짓말이라고, 사실은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많이 끌렸다고, 예쁜 카페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고 오드리 헵번이 나오는 영화도 보러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아라는 은호에 대한 마음을 숨긴 채 팔려 가듯 결혼하지만……. ‘이 향은…… 그리고 이 느낌, 이 감촉도.’ 끔찍할 줄만 알았던 남편의 몸에선 익숙한 단내가 풍기고, 비참할 줄 알았던 침대 위는 찬란했다. 마치 그 남자와의 한때처럼. “당신, 도대체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네 남편 김도민이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하게 웃는 남자 앞에서 아라는 결국 눈을 감아 버린다. 커지는 행복만큼 더 커지는 의심을 외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