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다른 놈에게 눈이 간다면 말을 하고.” 어투가 이상했다. 바람피우지 말라는 게 아니고 그러면 말하라니. “그 새끼 찾아서 밟아버리게. 어디서 유부녀 눈에 알짱거려. 그것도 내 여자 앞에.” 운명 같았다. 하영이 평생 엮일 리 없다 생각했던 윤한 그룹의 후계자 권무진과의 만남은. 비록 그의 할머니를 살리기 위한 조건부 관계일지라도 두 사람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주제넘게 감히, 탐을 낸 결과는 참혹했다. “장사 하루 이틀 하나. 이 판 깨졌다는 거 알 텐데. 아직도 연극 중이야?” 극악하게 비틀린 조소가 무진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좋게 놔 줄 때 도망쳐, 박하영. 다시 내 눈에 걸리면.” 말을 하다 멈춘 남자는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땐 최선을 다해서, 네 분수에 맞게 대우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