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하지 마. 다른 건 다 그대로 해.” 해을은 이헌을 사랑했고, 이헌은 해을을 애증했다. 그렇게 23년. 지난하고 잔인하기만 했던 그 시간의 끝에서, 이헌에게서 벗어나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고자 결심하는 해을. “저는, 여길 나가면…… 다 바꿀 거예요.” “…….” “번호도 바꿀 거고, 집도 바꿀 거고, 다 바꿀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살아서는, 부사장님 뵙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악몽과 같은 그녀의 그런 다짐이, 서이헌이라는 남자의 눈을 뜨게 만드는데……. 세상을 향해, 아니 자신의 세상이었던 해을을 향해 눈을 뜬 남자. 서이헌. 그의 사랑과 집착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긴장했네, 우리 을이.” “……부사장님.” “난 가끔 궁금해.” 긴장된 몸을 타고 그의 느른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네가 내 밑에서도 나를 그렇게 깍듯한 경어로 부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