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내 밑에서 제대로 울어.” 짙고 느릿한 음성만으로도, 본능적으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뒷목이 조여드는 기분에 하린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가까이에서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목덜미 가득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어지러울 정도로 호흡이 가빠 와 그녀는 숨소리를 가다듬었다. “네 이용 가치는 그것뿐이니까.” 하린의 눈에 고인 눈물이 툭 떨어졌다.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남자는 날 계약으로 샀고, 난 항상 복종해야만 한다는 것을. * * * “태후 씨는 아기 가지고 싶은 생각 없어요?” 순간 태후의 얼굴이 구겨지듯 일그러졌다. 하린은 그 냉담한 변화에 얼어붙듯 굳었다. “없어. 애새끼 따윈 질색이라.” 심장을 길게 찢어 내는 듯한 서늘한 음성이었다. “그러니까 알아서 피임 잘해.” “만약 제가 가지고 싶다고 하면요?” 그의 눈이 하린을 냉담하게 훑었다. “아버지 없는 아이 만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고.” 배 속의 아이가 들을까 봐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를 팔로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