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여주인공의 대역으로 공작과 결혼하는 쌍둥이 동생 역에 빙의했다. 평생 사랑받지 못하다 여주인공이 돌아오면 비참하게 죽는 운명으로. 그것도 사랑해 마지않던 제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살기 위해서는 여주인공이 돌아오기 전까지 저를 지켜줄 보호자가 필요했다. 적합자는 저를 혐오하는 동시에 저를 쓸모있게 여길 에르시반 발렌시아, 이야기의 남자 주인공. 우선 정체를 숨기다 혼담이 성사되는 초야가 지나면 거래를 제안하려 했는데……. “어서 말씀해 보시지요.” “예?” “당신의 진짜 이름을 말입니다.” “그게 무슨……?” 어쩌다 정체를 들킨 걸까. “적어도 몸을 섞을 사람의 이름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인.” 그것도 초야 바로 직전에. * 머지않아 여주인공인 릴리안이 등장할 것이었다. 그녀의 짝인 에르시반이 그녀에게 빠지는 건 불가항력적이었으니, 다이애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전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신다면 제게 필시 알려 주세요.” “그러겠습니다. 대신 부인도 제게 약속하시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신다면 반드시 제게 알리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알겠지요. 나의 사랑스러운 디앤.” 이상하게도 다정스레 대답하는 그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그래야 제가 부인의 정인을 죽이지 않겠습니까.’ 정말 이상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