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법의 제물로 쓰일 엑스트라에 빙의했다. 난 흑막가에 제발로 찾아가서 흑마법을 막았다. 흑막은 착하게 자라났고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됐다. 그렇다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떠납니다! 하고 사직서를 내려는데……. “이제 퇴사하려고 해요. 저도 이제 평범한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결혼? 가정?” 내 말을 잘라먹은 흑막이 사직서를 내려다보며 비스듬히 입매를 비틀었다. 헛소리를 들었다는 듯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서늘함이 적막과 함께 공기 중에 내려앉았다. “이런 장난, 다시는 안 하는 게 좋겠어.” “장난이 아니-” “혹시라도 장난이 아니라고 말할 생각이라면 관둬, 플로렛.”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붉은 눈이 휘어지며 내 귓가로 다가왔다. 그러곤 속삭였다. “제국을 멸망시키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뭐지? 흑막을 착하게 키워 냈다고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