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얘기를 듣는 내내 떨려오는 손을 테이블 아래에서 그러쥐어야만 했다. 비참한 기분이 지수의 온몸을 휘감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온 힘을 표정 관리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날 조롱하고 있어.’ 동창인 윤희와 전남편 수혁의 관계. 그들의 결혼식을 이 박물관에서 열겠다고? 만약 결혼식이 박물관에서 열리게 되면, 자신은 박물관의 책임자로서 함께 준비하고 지켜봐야만 한다. 전남편의 결혼식을. 행복한 웃음을 지을 두 사람 뒤에서 자신은 비웃음을 받게 될 것이다. ‘수혁 씨라면…….’ 정략결혼이 그러하듯 3년의 결혼 생활은 지수를 외롭게 했다. 쇼윈도 부부였을 뿐 수혁은 단둘이 식사할 시간조차 내주지 않았으니까. 결국 이혼을 선택한 지 2년 후. 지수가 소속되어 있는 박물관에 전남편인 수혁이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는데…. 지수는 박물관을 지키기 위해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인다. “사랑 없이도 한 번 했는데, 두 번을 못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