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이 많이 떨어졌네. 하긴. 저 새끼 정도면 뭐, 네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네. 원래 손해 보는 장사 안 하잖아, 박무화는.” 그가…. 그가 어떻게 여기에! 너무나도 오랜만에 맞닥뜨리게 된 그였다. 잊고 싶어 그렇게 안간힘을 썼음에도 절대 잊을 수 없던 얼굴. 딱딱하게 변한 무화의 표정과는 상반되게 남자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우리 말장난할 사이 아니잖아요. 용건만 말해요.” “용건? 용건 좋지. 내 딸이 너를 찾아.” 내 딸이라니. 하준의 딸이라면 설마? 여전히 겨울을 떠올리면 무화는 가슴 한쪽이 찢어질 것만 같이 아파왔다. 그런 겨울이, 설마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일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뭘 그렇게 놀라? 설마 네 딸일까 봐?” 그제야 무화는 그가 말하는 딸이 겨울이 아닌 다른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에 태어난 앤데, 애 엄마가 죽었어.” “저기요. 신하준 씨.” “너 돈 좋아하잖아. 돈 줄 테니까 와서 애 엄마 노릇이나 하라고.” 이기죽거리는 하준을 보자 간신히 이성을 지키고 있던 무화가 결국 무너져 내렸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손을 올린 무화가 그의 뺨을 내리치려 했지만, 하준은 능숙하게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오히려 그 반동으로 무화의 몸이 하준의 품에 안기듯 끌려왔다. 이다음 일어날 불상사가 무엇일지 알고 있다는 듯 무화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돈 줄게. 와서 애 엄마 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무화와 다르게 하준은 태연하기만 했다.